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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정체성 사랑예찬저자알랭 바디우 지음출판사길 | 2010-11-30 출간카테고리인문책소개사랑하는 사람들이 함께 사는 것을 제도적으로 인정받는 결혼이라는...글쓴이 평점 반동적인 제안은 늘 보호해야 할 것은 "우리들만의 가치"라고 말하며, 유일하게 가능한 정체성으로 여기는 세계화한 자본주의의 일반적인 틀 안에 우리를 쑤셔넣고자 하는 그런 제안입니다. 반동세력이 주제로 삼는 것은 어떤 현식 속에서건, 아주 갑작스럽게 등장하는 정체성에 관련된 주제입니다. 주제가 정체성의 논리로 일관될 때, 사랑은 필연적으로 위협받게 됩니다. 차이를 위해 우리는 이러한 논리의 경향, 그것의 비사회적인 차원과 야만적이고도 경우에 따라 폭력적이기도 한 면면에 이의를 제기할 것입니다. 우리는 모든 면에서 안전을 주장하고, 안전하려는 모든 행.. 더보기
강연에 대한 짧은 생각 2년에 걸쳐 번역한 책이 나온지 3 주째에 출판사에서 열어 준 공개 강연에는 다섯 명이 왔다. 나는 내심 안도하고 있었는데, 같이 작업한 팀장은 초조한 듯 담배를 피우며 내게 미안하다고 했다. 나는 대답했다; "미안하기는요, 날이 너무 좋잖아요...이런 날에 누가......" ( 미시마 유키오의 얘기를 들으러 오겠나) 실제로 올 들어 가장 따듯한 날이었다. 오전에 S 대에서 전문가 강연회를 마치고 차 문을 열었을 때 후끈거리는 느낌은 든 것도, 열기를 식히려고 에어컨 스위치를 넣은 것도 올 들어 처음이었다. 하루에 두 번이나 미시마 유키오에 대해서 말하게 된 것도 학위를 받은 후 처음이었다. 그렇다고 한국에서 미시마 유키오가 갑작스럽게 부상한 것은 분명 아니었다. 인문 팀장이 열심히 보도자료를 돌렸지만 .. 더보기
'피로사회'에서 '피로사회'로 올 상반기에 많이 회자되었던 한병철의 『피로사회』를 이제 읽다. 여러가지로 유익한 대목이 많았지만, 아감벤에 대한 지나친 의식이 조금 안타까웠다. 물론 나로서는 저자의 아감벤 비판에 대해서 동의하는 부분이 많다. 예를 들면 다음 대목: 아감벤은 주권사회에서 성과사회로의 이행에 따른 폭력의 공간구조적 변화를 전혀 포착하지 못한다. 성과사회의 한복판에서 아감벤은 주권사회를 기술하고 있다. 아감벤 사상의 시대착오적 성격은 여기서 기원한다. 이러한 시대착오로 인해 그가 추적하고 폭로하는 폭력은 오로지 배제와 금지를 바탕으로 하는 부정성의 폭력에 국한된다. 따라서 성과사회에 특징적인 긍정성의 폭력, 고갈과 포섭으로 표출되는 폭력은 아감벤의 시야를 벗어난다. ...(중략)...오늘날의 폭력은 적대적인 이견에서보다는.. 더보기
실타래를 쥔 고양이처럼 세속화의 기관으로서의 놀이는 도처에서 쇠퇴하고 있다. 현대인이 더는 놀 줄 모른다는 것은 새로운 놀이와 기존의 놀이가 현기증이 날 정도로 증가했다는 사실로도 입증된다. 실제로 춤이나 파티같은 놀이에서 현대인은 자신이 거기에서 찾을 수도 있는 것(잃어버린 것의 축제에 다시 접근할가능성, 성스러운 것과 그 의례로의 회귀)과 정반대의 것을 필사적으로 집요하게 찾는다. 그것도 스펙터클한 신종종교나 시골 무도회장의 탱고 레슨에서와 같은 어리석은 의식의 형태로 말이다. 이런 의미에서 텔레비전의게임쇼는 새로운 예배의식의 일부이다. 이런 게임쇼는 종교적 의도를 무의식적으로 환속한다. 놀이에 그 자체의 순전히세속적인 사명을 되돌려주는 것은 하나의 정치적 과제이다. 아감벤의 『세속화 예찬』은 그의 대표작으로 여겨지고 있는.. 더보기
매개로서의 화폐가 붕괴될 때 이마무라 히토시, 『화폐 인문학-괴테에서 데리다까지』 지난 10년 동안 데리다와 바디우, 지젝 등의 ‘정의’에 관한 저작들이 차례차례 소개될 때까지만 하더라도 특별한 관심을 보이지 않았던 한국의 출판 시장에서, 2010년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김영사, 2010)에 폭발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는 건 도대체 무엇 때문일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대륙 쪽 사상을 배경으로 쓰여진 정의론과 달리 영미 쪽 사상을 배경으로 쓰여진 샌델의 ‘정의’가, 정의를 얘기하는 과정에서 빈번하게 화폐를 끌어온다는 점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물론 화폐를 통해서 정의를 얘기하는 이런 지적 작업들은 지나치게 경제론적 관점에서 정의를 보기 때문에, 화폐가 그 자체로서 ‘내용이 없는 공허한 형식’에 지나지 않으며 심지.. 더보기
코끼리는 자신이 크다는 걸 잊지 않는다. 에반스 : 권력 덕분에,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을 믿을 수 없게 되지. 남자는 그런 거야. 이쯔코. 돈이 있는 남자는 자신의 돈 때문에, 여자의 마음을 믿을 수 없게 돼. 그렇다고 무작정 구두쇠가 된다고 해서 돈을 가지고 있는 이상 암 것도 해결되지 않네. 이쯔코 : 남자는 그럴 때 어떻게 하면 돼죠? 에반스 : 단지, 무작정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을, 여자를 위해서 낭비하면 되는 거야. 다이야몬드 목걸이를 사주거나, 실크 모피를 몇 벌, 신형 캐딜락, 요트...... 이쯔코 : 그런 건 조금도 갖고 싶지 않아요. 에반스 : 물론 나는 그런 부자는 아니야. 그러나 내가 할수 있는 작은 선물을 너는 완강하게 받으려고 하지 않아. 이쯔코 : 왜냐면 나는 창녀가 아니거든요. 에반스 : 그 한마디로 모든 게 끝이.. 더보기
플래시 세례 - 정치적 살인과 재생을 위한 퍼포먼스 90년대에 인기를 끌던 사카이 노리코라는 연예인이, 마약 복용 혐의로 구속, 보석받아서 풀려나온 후의 갖은 기자 회견인데, 기자들이 터뜨리는 플래시가 도를 지나쳐, 거의 외설수준이다. 물론 저런 행위는 고의적이다. 좋은 일로 기자회견을 열 때는 저렇게 플래시를 터뜨리지 않는다. 마치 니가 그런 잘못을 하고 도대체 어떤 표정을 짓는지 한순간도 놓치지 않겠다는 듯이, 혹은 인간을 깡그리 벌거벗기겠다는 듯이, 미친듯이 셔터를 눌러대는 기자들에 몸서리가 쳐진다. 8월 초, 그녀 남편이 마약 복용 혐의로 붙잡히고, 그와 동시에 그녀가 실종된 후부터 기자들은 그녀의 사생활을 파기 시작했다. 그리하여 경찰에 자진 출도해 본인 역시 마약 복용 혐의로 구속되고,어제 보석을 풀려나와 사죄 기자 회견을 열기 전까지, 주부들.. 더보기
다원적 우주 브랑키 "천체에 의한 영원"으로부터 [인생의 갈림길에 직면한 적이 전혀 없는 인간이 정말로 있을까? 자신이 피한 길을 걸었다면, 개성은 그대로이면서도, 완전히 다른생활을 보냈을지도 모른다. 한쪽은 빈곤, 치욕, 복종으로 통하는 길. 다른 한쪽은 명성이나 자유로 통하는 길이다. 이쪽에는 사랑스러운 아내와 행복이. 다른 쪽에는 사나운 여자와 황폐. 내가 말하고 있는 건 남자에게도 여자에게도 적용된다. 우연에 맡기든, 선택을 하든 똑같은 것으로, 숙명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다. 그러나 숙명은, 영원 속에서는 입각할 수 없다. 영원은 양자택일이라는 것을 모르고, 모든 것을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어떤 하나의 지구에서 인간이 걸어온 길을, 다른 지구에서는 그의 분신은 걸어가고 있지 않은 것이다. 그의 생활은 두 가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