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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시마 유키오

스놉과 짐승 사이―전후 일본의 우파와 역사성 1. 스놉이라는 형상 뒤에 남은 존재들 일본인은 누구인가. 이 질문을 둘러싸고 이미 다양한 논의들이 존재하고 있지만, 전후 일본을 방문한 한 철학자에 의한 정의는 오늘날 한국에서 유독 주목 받고 있다. 바로 헤겔 철학자로 알려진 코제브의 그것이다. 1959년 코제브의 눈에 비친 일본인들은 한가롭게 꽃꽂이와 다도를 하며 ‘평화’를 만끽하는 모습이었고, 그러한 모습 속에서 그는 역사의 종말 후의 ‘인간’을 봤다. 이미 미국과 소비에트, 중국 여행에서 ‘지금-여기’에 조금도 불만을 느끼지 않고 긍정적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을, ‘부정’을 통해서 앞으로 나아가는 인간의 역사와는 전혀무관한 ‘동물’로 정의한 이 철학자에게는, 유럽적 의미에서의 어떠한 정치적, 도덕적, 종교적 논쟁도 하지 않고 형식적인 틀에만 얽매이는.. 더보기
강연에 대한 짧은 생각 2년에 걸쳐 번역한 책이 나온지 3 주째에 출판사에서 열어 준 공개 강연에는 다섯 명이 왔다. 나는 내심 안도하고 있었는데, 같이 작업한 팀장은 초조한 듯 담배를 피우며 내게 미안하다고 했다. 나는 대답했다; "미안하기는요, 날이 너무 좋잖아요...이런 날에 누가......" ( 미시마 유키오의 얘기를 들으러 오겠나) 실제로 올 들어 가장 따듯한 날이었다. 오전에 S 대에서 전문가 강연회를 마치고 차 문을 열었을 때 후끈거리는 느낌은 든 것도, 열기를 식히려고 에어컨 스위치를 넣은 것도 올 들어 처음이었다. 하루에 두 번이나 미시마 유키오에 대해서 말하게 된 것도 학위를 받은 후 처음이었다. 그렇다고 한국에서 미시마 유키오가 갑작스럽게 부상한 것은 분명 아니었다. 인문 팀장이 열심히 보도자료를 돌렸지만 .. 더보기
코끼리는 자신이 크다는 걸 잊지 않는다. 에반스 : 권력 덕분에,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을 믿을 수 없게 되지. 남자는 그런 거야. 이쯔코. 돈이 있는 남자는 자신의 돈 때문에, 여자의 마음을 믿을 수 없게 돼. 그렇다고 무작정 구두쇠가 된다고 해서 돈을 가지고 있는 이상 암 것도 해결되지 않네. 이쯔코 : 남자는 그럴 때 어떻게 하면 돼죠? 에반스 : 단지, 무작정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을, 여자를 위해서 낭비하면 되는 거야. 다이야몬드 목걸이를 사주거나, 실크 모피를 몇 벌, 신형 캐딜락, 요트...... 이쯔코 : 그런 건 조금도 갖고 싶지 않아요. 에반스 : 물론 나는 그런 부자는 아니야. 그러나 내가 할수 있는 작은 선물을 너는 완강하게 받으려고 하지 않아. 이쯔코 : 왜냐면 나는 창녀가 아니거든요. 에반스 : 그 한마디로 모든 게 끝이.. 더보기
미시마 유키오 VS 전공투 미시마의 영문 인터뷰를 찾아보다가, 우연히 전공투와의 토론 영상을 발견하고, 한참 보면서 웃었다. 글로 볼 때는 몰랐는데 이렇게 화상 속의 분위기를 보니, 뭐랄까 음성언어가 수록된 문자 언어가, 음성 언어가 가진 독특한 아우라를 툭툭 쳐내고는, 세월이 지나면서 한없이 무거워지고 말았다는 느낌이 든다. 그러니까 그 느낌은, 유튜브의 이 영상 밑에 달린 다음의 코멘트로 대변될 수 있을 것이다. "일본에 "혁명의 시대" 따윈 없다. 모든 게 "놀이"였다." 물론 이런 코멘트는 "냉소주의"라고 비난 받을 수 있다는 걸 모르는 바 아니다. 좌파와 우파가 만나서 화기애애하고, 진지하게 사상적 논의(?)를 하고 있는 것이, 이 토론의 본질이라고 하는 사람도 있을 테다. 근대를 초극한다는 것, 그 일점이 중요하다고 하..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