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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리

글쓰기와 윤리 지난 가을 다음과 같은 문장을 몇 번이고 쓰려고 하다가 쓰지 못했다. "새 수영장을 구했다. 1층에 있는 수영장으로 저물녁에 수영을 하고 있으면 석양이 보이기도 한다...." 새 학교에 있는 수영장은 1층에 있다. 이 학교에 올 때까지 느꼈던 석연치않은 불안은, 이 수영장을 보는 순간 바로 해소되었다. 충분히 책을 넣을 수 있는 연구실에, 1층 수영장이라니. 나는 내게 찾아온 이 행운을 쓰고 싶었지만, 쓸 수 없었다. 수영을 하면서 나는 종종 세월호에서 죽은 아이들을 떠올렸고, 그 때마다 더러 물을 마셨었다. 수영을 끝낼 때면 세월호 이후의 글쓰기란 이런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쓰는 일보다 삭제하는 일이 많아진 대신, '좋아요'를 누르는 일이 늘어났다. 정작 수영장은 1년치를 끊어놓고도 일주일에.. 더보기
플래시 세례 - 정치적 살인과 재생을 위한 퍼포먼스 90년대에 인기를 끌던 사카이 노리코라는 연예인이, 마약 복용 혐의로 구속, 보석받아서 풀려나온 후의 갖은 기자 회견인데, 기자들이 터뜨리는 플래시가 도를 지나쳐, 거의 외설수준이다. 물론 저런 행위는 고의적이다. 좋은 일로 기자회견을 열 때는 저렇게 플래시를 터뜨리지 않는다. 마치 니가 그런 잘못을 하고 도대체 어떤 표정을 짓는지 한순간도 놓치지 않겠다는 듯이, 혹은 인간을 깡그리 벌거벗기겠다는 듯이, 미친듯이 셔터를 눌러대는 기자들에 몸서리가 쳐진다. 8월 초, 그녀 남편이 마약 복용 혐의로 붙잡히고, 그와 동시에 그녀가 실종된 후부터 기자들은 그녀의 사생활을 파기 시작했다. 그리하여 경찰에 자진 출도해 본인 역시 마약 복용 혐의로 구속되고,어제 보석을 풀려나와 사죄 기자 회견을 열기 전까지, 주부들.. 더보기
殉死 자신이 친히 데리고 있던 그들이, 목숨을 아까워 하지 않는다는 것은 타타토시도 믿고 있었다. 따라서 순사(殉死)를 고통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이에 반해서 만약 자신이 순사를 허락하지 않은 채로, 그들이 살아가게 된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가신 일동은 그들을 죽어야할 때에 죽지 않는 자, 은혜를 모르는 자라고 생각하며, 비겁자라고 업신여기리라. 그것만이라면, 그들도 혹은 참고 목숨을 미츠히사에게 바칠 때를 기다릴지도 모른다. 그러나 선대의 주인은, 그들이 은혜를 모른다는 것도, 비겁자인 것도 모르는 채로 그들을 데리고 있었다고 말하는 자가 있다면, 그건 그들이 참을 수 없으리라. 그들은 얼마나 분하게 생각할 것인가. 이렇게 생각하니, 타다토시는 「허락한다」고 말할 수밖에 없었다. 모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