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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에 겐자부로

스놉과 짐승 사이―전후 일본의 우파와 역사성 1. 스놉이라는 형상 뒤에 남은 존재들 일본인은 누구인가. 이 질문을 둘러싸고 이미 다양한 논의들이 존재하고 있지만, 전후 일본을 방문한 한 철학자에 의한 정의는 오늘날 한국에서 유독 주목 받고 있다. 바로 헤겔 철학자로 알려진 코제브의 그것이다. 1959년 코제브의 눈에 비친 일본인들은 한가롭게 꽃꽂이와 다도를 하며 ‘평화’를 만끽하는 모습이었고, 그러한 모습 속에서 그는 역사의 종말 후의 ‘인간’을 봤다. 이미 미국과 소비에트, 중국 여행에서 ‘지금-여기’에 조금도 불만을 느끼지 않고 긍정적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을, ‘부정’을 통해서 앞으로 나아가는 인간의 역사와는 전혀무관한 ‘동물’로 정의한 이 철학자에게는, 유럽적 의미에서의 어떠한 정치적, 도덕적, 종교적 논쟁도 하지 않고 형식적인 틀에만 얽매이는.. 더보기
다원적 우주 브랑키 "천체에 의한 영원"으로부터 [인생의 갈림길에 직면한 적이 전혀 없는 인간이 정말로 있을까? 자신이 피한 길을 걸었다면, 개성은 그대로이면서도, 완전히 다른생활을 보냈을지도 모른다. 한쪽은 빈곤, 치욕, 복종으로 통하는 길. 다른 한쪽은 명성이나 자유로 통하는 길이다. 이쪽에는 사랑스러운 아내와 행복이. 다른 쪽에는 사나운 여자와 황폐. 내가 말하고 있는 건 남자에게도 여자에게도 적용된다. 우연에 맡기든, 선택을 하든 똑같은 것으로, 숙명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다. 그러나 숙명은, 영원 속에서는 입각할 수 없다. 영원은 양자택일이라는 것을 모르고, 모든 것을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어떤 하나의 지구에서 인간이 걸어온 길을, 다른 지구에서는 그의 분신은 걸어가고 있지 않은 것이다. 그의 생활은 두 가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