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권에 대한 생각
발언권이 주어진다는 것은 과연 좋은 것인가? 수업에서, 회의에서, 식사 자리에서, 짧은 미팅에서 내게 주어진 발언권을 모조리 행사한 후, 마침내 내가 확인하게 된 것은 오늘 내가 뱉은 말들이 결국은 소용없었고, 소용없으리라 하는 자각이었다. 특히 오늘 2,3시간을 함께 한 선생님이 한마디도 하지 않은 채 웃고만 있어서 더욱 그랬다. "선생님, 오늘 왜 말이 없으셨어요?" "저는 원래 말이 없어요." 말없이 놓인 잔을 비우는 선생님이 부러웠고, 이 선생님의 말을 듣고 싶어졌다. 하지만 말씀이 없으시다. 듣고 싶은 선생님이 침묵하는 동안, 오가는 다른 말들은 그저 성가실 뿐이다. 차라리 나는 왜 그렇게 말이 많았을까, 하고 스스로에게 자문하는 편이 낫다. 답답했기 때문이었다. 인문학의 무력함과 그 무력함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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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과 정치성
시절이 하수상해서인가, 자기검열이 심해지고 있음을 느낀다. 페이스북에 들어가면 미묘한 뉴양스의 차이를 지닌 글들이 서로 논쟁하고 있는 경우를 볼 수 있는데, 나는 종종 구별없이 에 클릭한다. 이건 열심히 쓴 글이라, 이건 나와 생각은 다르지만 생각해볼 만한 것이라, 이건 재미있어서, 이건 슬퍼서, 혹은 반가워서, 등등의 이유 모두가 로 하나로 수렴된다. 때론 도 하지만, 내게 그 의미는 모두에게 '공유'를 원한다기보다는 떠내려가지 않도록 하는 것 이상의 의미는 없다. 이런 식으로 자기 변명 같은 걸 하다가, 사상의 일관성 같은 것을 생각하다가, 내가 어느 쪽인지 묻다가, 그 반대쪽은 지울까 하다가 말다가, 누군가로부터 왜 그 딴거에 좋아요를 눌렀냐는 핀잔마저 들으면서, 결국 자기 검열 같은 말을 떠올리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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