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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주의

매개로서의 화폐가 붕괴될 때 이마무라 히토시, 『화폐 인문학-괴테에서 데리다까지』 지난 10년 동안 데리다와 바디우, 지젝 등의 ‘정의’에 관한 저작들이 차례차례 소개될 때까지만 하더라도 특별한 관심을 보이지 않았던 한국의 출판 시장에서, 2010년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김영사, 2010)에 폭발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는 건 도대체 무엇 때문일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대륙 쪽 사상을 배경으로 쓰여진 정의론과 달리 영미 쪽 사상을 배경으로 쓰여진 샌델의 ‘정의’가, 정의를 얘기하는 과정에서 빈번하게 화폐를 끌어온다는 점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물론 화폐를 통해서 정의를 얘기하는 이런 지적 작업들은 지나치게 경제론적 관점에서 정의를 보기 때문에, 화폐가 그 자체로서 ‘내용이 없는 공허한 형식’에 지나지 않으며 심지.. 더보기
멋진 신세계 "왜 비슷한 작품이 나올 수 없습니까?" "우리의 세계는 의 세계와 같지 않기 때문이야. 강철이 없이는 값싼 플리버 승용차도 만들 수 없어. 사회의 불안정이 없이는 비극을 만들 수 없는 것이야. 세계는 이제 안정된 세계야. 인간들은 행복해. 그들은 원하는 것을 얻고 있단 말일세. 얻을 수 없는 것은 원하지도 않아. 그들은 잘 살고 있어. 생활이 안정되고 질병도 없어.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행복하게도 격정이니 노령이라는 것을 모르고 살지. 모친이나 부친 때문에 괴로워하지도 않아. 아내라든가 자식이라든가 연인과 같은 격렬한 감정의 대상도 없어. 그들은 조건반사 교육을 받아서 사실상 마땅히 행동해야만 하는 것을 하지 않을 수 없어. 뭔가 잘못되면 소마가 있지. 자네가 자유라는 이름으로 창밖으로 집어던진 것 .. 더보기
미국인의 얼굴  어제 일본의 각 미디어들은 일제히 오사카의 도톤보리라는 개천에서 건진 한 인형에 주목했다. 이 인형은, KFC 가게 앞에 서 있는 샌더스 마네킹인데, 1985년 오사카의 한신 타이거즈가 리그 우승을 했을 때, 열광한 팬들이 개천에 던져버린 것이었다. 그 사건 이후 오사카 한신 타이거즈는 24년간 일본 시리즈에서 우승하지 못했는데, 좌절될 때마다 팬들은 "커넬 샌더스의 저주" 때문이라고 중얼거리곤 했단다. 따라서 오사카 사람들은 도톤보리에서 이 인형을 찾아냈다는 것을 곧 "커넬 샌더스의 저주" 가 풀렸다는 뜻으로 받아들이며 기뻐한다고. 이 기사에서 내 관심을 끌었던 것은 야구가 아니다. 물론 오사카 사람들이 왜 야구에 열광하는지, 혹은 열광은 어째서 징크스를 만들어내는지도 충분히 생각해 볼만한 가치가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