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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생각

발언권에 대한 생각

 

 

 

 

발언권이 주어진다는 것은 과연 좋은 것인가?

 

수업에서, 회의에서, 식사 자리에서, 짧은 미팅에서 내게 주어진 발언권을 모조리 행사한 후, 마침내 내가 확인하게 된 것은 오늘 내가 뱉은 말들이 결국은 소용없었고, 소용없으리라 하는 자각이었다. 특히 오늘 2,3시간을 함께 한 선생님이 한마디도 하지 않은 채 웃고만 있어서 더욱 그랬다.  

 

"선생님, 오늘 왜 말이 없으셨어요?"

"저는 원래 말이 없어요."

 

말없이 놓인 잔을 비우는 선생님이 부러웠고, 이 선생님의 말을 듣고 싶어졌다. 하지만 말씀이 없으시다. 듣고 싶은 선생님이 침묵하는 동안, 오가는 다른 말들은 그저 성가실 뿐이다. 차라리 나는 왜 그렇게 말이 많았을까, 하고 스스로에게 자문하는 편이 낫다.

 

답답했기 때문이었다. 인문학의 무력함과 그 무력함에 대한 자기 알리바이를 보는 일이 답답하고, 짜증이 났기 때문이다.  어쩌면 주어진 발언권을 모두 써버리고, 내게도 이제 더 이상 나올 게 없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어 했는지도 모른다. 

 

어쩌면 발언권이 없는 침묵의 공간 속에서 비로소 시작되는 발언을 위해서, 였는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