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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후일본

재즈는 자신 어느쪽으로 기울어지고 있는지 말해주지 않고… Writing about music is like dancing about architecture. - 마이크 몰라스키, “전후일본의 재즈문화”, 세이도샤, 2006년 이미 “세계작가”로서 명성이 높은 무라카미 하루키를 읽어본 사람이라면, 하루키 텍스트 속에서 음악이, 그 중에서도 재즈가 독특한 의미 작용을 하고 있음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실제로 재즈음반 컬럭터로 정평이 나있는 하루키는 “의미가 없으면 스윙이 아니다”라는 재즈에세이를 냈을 정도이다. 그렇다면 재즈는 과연 하루키 작품 세계만의 전매특허이며, 실재로 일본에서 재즈는 하루키의 작품에서처럼 ‘쿨’한 것으로만 이해되고 있을까? 물론 아니다. 하루키가 아직 세상에 대량으로 유통되기 전인 1974년, 일본문학 연구자로서 일본에 유학, 신주쿠의 재.. 더보기
'국토'를 통과하는 통로(Passage) —우찌다 류죠 “국토론”(치쿠마 쇼보, 2002) 우리들이 살고 있는 시대는 사고 왜소화의 시대이다. 철학이나 문학 분야에서, 일찍이 기존의 지(知)에 막기 힘든 구멍을 내왔던 사고가 상대화되고, 폐기된다. 이러한 현상의 배후에 있는 것은 분명 ‘소비사회’의 침윤이다. 예전의 문제제기는 유행이나 네트웍 속의 자질구레한 대화로 소비되고 만다. 하지만 그것만은 아니다. 사고의 왜소화를 불러일으키는 것은 20세기에 있어서 사람들이 살아가고, 통과해온 역사의 무게 아닐까? 상대화하기 힘든 그 ‘무게’를 참아내지 못하고, 사람들을 20세기를 회피한다. 그 결과 사고도 왜소화된다. 현대의 사고는 대량생산이나 대량소비, 또 과중한 전쟁의 역사로서의 20세기를 모태로 삼아, 그곳에서의 인간존재나 사회의 근본적인 흔들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