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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8

이 앙큼한 고양이의 매력, 혹은 소설 쓰기의 현장 100년 넘도록 일본인들의 사랑을 받아온 나쓰메 소세끼의 작품 중에서도 가장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작품인 『吾輩は猫である』(1905~6)가, 서은혜에 의해 『이 몸은 고양이야』라는 도발적인 제목으로 다시 번역되었다. 해방 이후만 하더라도 이 원작은 1962년 김성환에 의해 『나는 고양이다』라는 제목으로 번역된 이래 『나는 고양이로다』(최을림 역, 중앙출판사, 1992), 『나는 고양이로소이다』(유유정, 문학사상사, 1997) 등으로 번역되어 왔지만, ‘나’를 ‘이 몸’으로 번역한 것은 획기적인 시도로, 논란을 불러올 것으로 예상된다. 아직 번역자의 해설을 보지 못한 상황에서 이러한 번역 의도에 대해서 논하는 것은 무리가 있지만, 일단 이 번역이 고양이 화자를 거의 무의식적으로 인칭대명사 ‘나’로 환원해.. 더보기
밥과 달리기 ▶ 작년부터 살이 찌고 빠지지 않게 되었다. 내게도 이런 날이 찾아올 줄이야, 이렇게 중얼거리면서 늘어나는 뱃살을 방치했던 나는, 솔직히 조금 뿌듯했던 모양이다. 튼실히 부풀어 오르는 배는, 내 지난 날의 궁핍과 고생이 다 끝났음을 말해주는 증표 같은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나는 그 '어둠'의 시절들을 종종 떠올리며 감회에 젖곤 했다. 그러니까 집을 떠나 일본에서 혼밥을 먹기 시작하면서, 배부름이 아니라 허기를 달래기 위해 밥을 먹던 시절의 기억들, 아무리 맛있는 밥이더라도, 그저 허기를 달래는 그저 한끼의 칼로리에 지나지 않았던 시절의 기억들을, 말이다. 그런데 솔직히, 그 시절 그렇게 허기를 느꼈던 적은 없다. 한국에 비해 적은 양 때문에 위가 쪼그라들어서 그런 것일수도 있지만, 그 시절 나의 문제는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