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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생각

강연에 대한 짧은 생각

 

 

 

2년에 걸쳐 번역한 책이 나온지 3 주째에 출판사에서 열어 준 공개 강연에는 다섯 명이 왔다. 나는 내심 안도하고 있었는데, 같이 작업한 팀장은 초조한 듯 담배를 피우며 내게 미안하다고 했다. 나는 대답했다;

 

"미안하기는요, 날이 너무 좋잖아요...이런 날에 누가......"

 

( 미시마 유키오의 얘기를 들으러 오겠나)  

 

실제로 올 들어 가장 따듯한 날이었다. 오전에 S 대에서 전문가 강연회를 마치고 차 문을 열었을 때 후끈거리는 느낌은 든 것도, 열기를 식히려고 에어컨 스위치를 넣은 것도 올 들어 처음이었다. 하루에 두 번이나 미시마 유키오에 대해서 말하게 된 것도 학위를 받은 후 처음이었다.

 

그렇다고 한국에서 미시마 유키오가 갑작스럽게 부상한 것은 분명 아니었다. 인문 팀장이 열심히 보도자료를 돌렸지만 제대로 된 서평은 일간지와 주간지 등에 한번도 실리지 않았고, 판매량도 그리 높지 않았다. (때가 좋지 않아요) 그래도 알라딘 인문비평란에 20위 정도에서 오르락 내리락 하는 걸 보니, 놀랍기도 했다.

 

'다섯명이면 훌륭해요. 이게 정상이잖아요. '

 

팀장은 땅이 꺼져라 한숨을 내쉬었다. 나는 예정 시간을 20분 정도 넘길 때까지 기다렸다가, 지인을 포함해 다섯 명의 일반 청중들 앞에 두고 미시마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내 얘기를 예스24에서 나온 기자 분이 노트북 자판을 쳐대면서 입력하는 것을 빼고는 모든 것이 익숙한 풍경이었다. 

 

사실 S대에서도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았다. 선생님들 5~8명, 학생들도 그 정도였다. 나는 그러한 사실에 이미 매우 익숙하다.  한국에 들어와 학회에서 처음 발표했을 때 한 10명 정도가 오는 것을 보고, 일본에 비해서 적구나 싶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그 때는 많았던 편이라고 생각을 고쳐 먹게 되었다. 극히 드문 예를 제외하고서는 대부분의 학회에서 3~10명 정도의 사람들을 앞에 두고 얘기하는 것이 보통이고, 오늘날 한국 현실을 고려해봤을 때 이는 극히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사실 어떤 책에 대해서 얘기할 때 10명 정도가 딱 적당하지 않겠는가.

 

때문에, 오히려 내가 궁금했다. 왜 오늘 같은 날 여기에 있는지. 그들은 미시마 유키오에 대해서 좀더 알고 싶었다고 대답했지만, 나는 왜 그들이 미시마에 대해서 더 알고 싶은지가 궁금했다. 하지만 학생도 아닌 일반 청중에게 이를 깨물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사실 번역자에 의한 강연회는 정보의 전달보다는 책임 의식의 확인 같은 성격이 강하다고 생각했다. 중요한 것은 책 안에 이미 있으니, 책 밖에 있는 내용만 부수적으로 설명하는 정도면 되지 않을까 싶었다. 하지만 질문지를 받았을 때는, 꼭 읽어내줘야 할 중요한 내용에 대해서 설명해야 할 필요를 느꼈다. 이 책이 어떠한 의미에서 과격한지를 말이다. 그것이 한 시간 정도의 강연 내용이었고, 끝나자마자 모두들 술자리도 없이 금방 자리를 떴다.

 

...그리고 하루가 지났을 때, 이 출판사에서 사재기를 했다는 기사가 포털에 도배되고 있었다. 조금 멍했다. 무엇보다도 내 글을 담당한 팀장과 그가 겨우 불러모은 5명의 일반독자의 영상이 아직 지워지지 않고 있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러자 뭔가 참담했다.

 

좀 더 시간이 지났을 때는 이런 생각도 들었다. 어째서 요즘 작가는 요즘 같은 세상에 자신의 책이 불티나게 팔려나가는 것을 조금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을까, 하는.

 

다들 제대로 쓰고 있는 것 맞나?  맞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