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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듣는 노래

플래시 세례 - 정치적 살인과 재생을 위한 퍼포먼스








90년대에 인기를 끌던 사카이 노리코라는 연예인이, 마약 복용 혐의로 구속, 보석받아서 풀려나온 후의 갖은 기자 회견인데, 기자들이 터뜨리는 플래시가 도를 지나쳐, 거의 외설수준이다. 

물론 저런 행위는 고의적이다. 좋은 일로 기자회견을 열 때는 저렇게 플래시를 터뜨리지 않는다. 마치 니가 그런 잘못을 하고 도대체 어떤 표정을 짓는지 한순간도 놓치지 않겠다는 듯이, 혹은 인간을 깡그리 벌거벗기겠다는 듯이, 미친듯이 셔터를 눌러대는 기자들에 몸서리가 쳐진다. 

8월 초, 그녀 남편이 마약 복용 혐의로 붙잡히고, 그와 동시에 그녀가 실종된 후부터 기자들은 그녀의 사생활을 파기 시작했다. 그리하여 경찰에 자진 출도해 본인 역시 마약 복용 혐의로 구속되고,어제 보석을 풀려나와 사죄 기자 회견을 열기 전까지, 주부들을 대상으로 하는 와이드쇼에 그녀의 이름이 오르내리지 않는 날은 없었다. 

어느날, 평소의 얌전한 이미지를 반전시키는, 나이트클럽에서 광란하는 모습을 틀어주면서, TV 속의 프로그램 진행자는 "속았다"는 뉴양스를 말을 한 것을 기억하고 있다. 난 기분이 나빠졌다. 왜냐하면 바로 그런 제스처야말로, 더 중요한 진실을 베일 속에 감추려는 행위라는 걸 나는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 이후 "사실" 보도라는 특권을 상실한 저널은, 도덕적 판단 기능을 훨씬 강화하고 있다. 한 순간의 잘못이 담긴 영상을 무한 반복하면서 담론으로 만들고, 그 때마다 몇마디씩 보태다보면, 한순간의 잘못이 돌이킬 수 없는 죄가 되어버린다. (요즘 같은 시절에, 무엇인가를 반복할 수 있는 건, 그것만으로 엄청난 권력이다.)

하지만 그녀가 정말 저런 일을 당할 정도의 죄를 지은 걸까? 비슷한 시기에, 롯퐁기의 고급 맨션에서, 약물중독으로 30대의 한 젊은 여자가 나체로 죽었다. 그녀 옆에는 잘 나가는 젊은 남자 연예인이 있었는데, 그는 그녀가 죽은지 4시간이나 지나서 경찰에 신고를 했다. 그는 약물 검사에서 무혐의라는 판결을 받았고, 그녀의 죽음에 대해서도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고 있다. 그런 녀석에 비하면....

물론 그렇다고 죄의 가볍고 무거움을, 비교해서는 안되겠다. 지난 초여름, 초난강은 술마시고 공원에서 알몸이 되었다는 이유만으로, 사카이 노리코와 같은 엄청난 플래시 세례 폭력을 받지 않았던가?  

하지만 기자 회견을 열어, 공개적으로 망신을 받고 머리 숙여 사과하면, 그것으로 "사면"과 비슷한 기회를 주는 것도 일본 언론의 재미있는 점이기도 하다. 초난강이 이미 복귀했듯이, 사카이 노리코도 결국 복귀하게 될 것이다. 초난강과는 달리, 인기가 한물 간 사카이 노리코로서는, 전화위복의 계기가 될 가능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