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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생각

도쿄의 마라톤 붐




한국이 야구 열기로 들끓던 22일, 도쿄에서는 마라톤 대회가 열렸다. 

선수들만이 아닌 일반인도 달렸던 이 대회에서는 3만 5천명이 참가했는데, 이 대회에 참가하기 위한 경쟁율이 7.5배를 넘었다고 하는 기사가 실렸다. 이 기사는, 달릴 수만 있다면 10만엔이라도 기꺼이 내겠다는 사람이 적지 않았다며, 이 대회를 위한 법인을 설립하겠다는 도쿄 도지사의 말을 인용했다. 그 말 중에는, 추천 운이 없는 셀레브등을 위해 기부금에 의한 특별 자격을 마련하자는 구상도 있어서 관심을 끌었다.

돈으로 경험을 산다.....

그건 물론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돈의 목적이, 돈으로 살수 없는 것을 돈으로 살수 있도록 만들어가는 과정에 있다고 볼 때, 마라톤 역시 하나의 대상일 수 있겠다. 하지만 왜 하필 오늘날, 이런 극도의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수반하는 마라톤이어야 하는지를 자본의 논리만으로 설명하고 마는 것은, 놓치는 것이 많지 않을까 싶다. 그러니까 그건 그렇다 치더라도 왜 하필 마라톤인가? 

여기서 우리는 도쿄 마라톤의 코스 선정에서 하나의 힌트를 얻을 수 있겠다. 스타디움에서 시작해 스타디움으로 끝나는 코스가 아니라, 거리에서 시작해서 바다로 끝나는 코스는, 오늘날 도시인들이 경험하고 싶어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잘 헤아리고 있는 듯이 보여진다. 즉, 스타디움이라는 동굴의 체험 바깥으로, 인간들은 점점 나가고 싶어하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자기 발로.   

하지만 스타디움이나 텔레비전, 혹은 자동차나 비행기 안에서 보는 세상을, 자기의 발로 경험해보고 싶다고 할 때, 그들이 원하는 경험이란 도대체 무엇일까? 그것은 42.195킬로미터라는 거리인가, 보도블럭의 질감인가, 자동차나 비행기의 고마움인가? 아니, 그들이 정말로 경험하길 원하는 것은 세상인가, 육체와 정신을 지니는 자신이라는 존재인가? 

돈은 무엇을 사고 싶어하는가?